ㅇㅇ씨는 이번 여름에 어디 안가요?
최근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사내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휴가 계획 이야기에 한창이다. 그리고 이렇게 휴가 계획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항공권 티켓 예매와 숙소 예약을 진행하는 숙박앱이다.
최근 숙박앱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에서 온라인 유통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7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이렇게 숙박앱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비스가 고도화되자, 여러 업계가 그러하듯 숙박앱 시장에서도 UI·UX 디자인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많은 앱이 UI·UX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UI·UX 디자인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새롭게 사용자들의 지갑과 계좌를 위협하는 신흥 위협으로 떠오르는 요소가 있다. 바로 ‘다크패턴’이다. 실제 최근 숙박앱 이용이 증가하면서 고의적으로 사용자의 정보 인식 및 탐색을 방해하거나, 등의 다크패턴 디자인 피해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일상 속에서 우리가 접하고 있는 여러 숙박앱에는 어떤 다크패턴들이 숨어 있을까? 이번 글에선 일상 속 숙박 앱의 다크패턴들을 조명해 본다.
여러 숙박앱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 앱에서 남은 마지막 숙소”, “남은 옵션 단 1개” 등의 안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얼핏 사용자에게 품절 임박 인기 제품들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구는 사실 유명한 다크패턴 중 하나다.
다른 사용자의 활동이나 낮은 재고를 통해 소비자가 충분히 생각할 만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인위적으로 긴급성을 조성하고 사용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숙박앱인 ‘아고다’가 이 3가지 요소를 전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아고다는 “당사 마지막 객실”이라는 문구의 알림 표시로 상품의 희소성을 어필하고, “20분간 해당 요금을 유지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사용자가 고민할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인기 숙박앱인 ‘여기어때’ 역시 푸시 알림 메시지로 “방금 본 해외 숙소를 누군가가 예약했어요”라는 타 사용자의 활동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며 사용자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압박형 다크패턴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예시 세부 유형으로도 시간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배달앱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리뷰 관련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처럼 숙박앱 역시 리뷰는 중대 사안이다. 현재 국내외 많은 숙박앱이 사용자가 숙소에 대한 리뷰를 작성할 수 있고, 많은 사용자가 숙소를 정할 때 리뷰를 참고한다. 하지만 이 리뷰 시스템에도 다크패턴이 숨겨져 있다. 바로 앱 플랫폼 차원에서 부정적인 리뷰를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부킹닷컴’은 메인 페이지에서 사용자의 리뷰들을 노출하고 있지만 리뷰 내용에 부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도 메인 페이지에선 부정적인 내용은 노출시키지 않고 긍정적인 부분만 노출하고 있다. 회사 및 업자의 이익을 위해 일반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감추는 악의적인 다크패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UX 디자인 대가 닐슨 노먼의 NN 그룹은 “부킹닷컴이 숙소 예약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웹사이트를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디자인 의도와 관계없이 약간의 속임수가 작용하고 있으며, 이런 속임수가 희소성 및 가용성 편향과 결합돼 시간이 부족한 사용자가 신중한 고려 없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예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부킹닷컴’의 다크패턴 디자인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 공정위는 이렇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과도한 시간, 노력, 비용이 들게 만들어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방해형 다크패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 독자 중 여행 숙소를 잡기 위해 숙박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처음 본 가격과 최종 청구 및 결제 금액이 다른 경험을 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짜증 나면서도 단순히 착각, 가격 표기 오류, 실시간 숙박 시세 변동으로 여기면서 넘겼을 이 현상은 사실 편취형 다크패턴 중 하나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은 작년 글로벌 OTA 상위 5개 업체의 판매가격 표시 현황 조사 자료를 통해 조사 대상 5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숙박예약 첫 페이지에 세금,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 표시하거나, 추가 요금 또는 최종 결제 금액을 작은 글씨로 적어 사용자가 인식하기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표시했다는 현황을 전했다. 모두 숨은 가격 갱신과 순차 공개 가격 책정 사례에 해당하는 다크패턴이다.
2024년 현재 트립닷컴의 경우, 항공권 예약 시 캘린더에서 표시되는 가격과 실제 항공권 최저가 가격이 다르다. 앞서 압박형 다크패턴으로 언급된 아고다 역시 결제 페이지에 가서야 별도 캐시백을 받아야지만 이전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음을 알리면서 다른 가격을 표시한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변화 등을 통해 비합리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편취형 다크패턴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숨은 가격 갱신’ ’순차 공개 가격책정’ ‘몰래 장바구니 추가’ 등의 행위를 세부 유형으로 들고 있다.
일부 숙박앱에선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 및 문장, 가격을 구성해 사용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초저가 마케팅으로 유명한 ‘여기어때’의 경우 최저가 숙소 탭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숙박 요금 짧은 시간 객실을 이용하는 대실 요금을 표시한다.
당연히 대실 요금은 더 오랜 시간 객실을 이용하는 숙박 요금보다 저렴하고 적지 않은 사용자가 요금을 착각하고 숙소 예약을 하기 위해 숙소를 클릭하게 된다. 실제 여러 여행 커뮤니티 및 SNS에선 숙박 요금인 줄 알고 실수로 예약했다는 내용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다크패턴과 관련한 자료를 배포했는데, 부분 가격을 전체 가격인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에도 다크패턴 유형에 포함된다”며 “이번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이와 같이 통상적인 사회 및 사용자의 기대와 다른 디자인·문장으로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행위를 오도형 다크패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과 구매 결정을 하게 하거나, 각종 혼란을 유도하는 다크패턴 디자인은 현재 우리 일상에 깊게 파고든 상태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크패턴 디자인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증가하자 현재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크패턴 디자인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다크패턴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곧 과도하고 반복적인 다크패턴 디자인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 규정돼 과태료 부과 또는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27일까지 업계 이해관계자 및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해 올해 하반기 내에 법률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크패턴 규제안을 담은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내년 2월 14일부터 시행된다.
물론 이런 정부 부처의 규제 노력만으로는 다크패턴 디자인의 완벽한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 아무리 규제가 이뤄져도 디자이너 및 서비스 공급자의 기본적인 방침이 바뀌지 않는다면 규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다크패턴이 등장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크패턴 디자인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디자이너 및 디자인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한다. 이제 다시금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UI·UX 디자인의 본질을 되짚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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