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기 싫어서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했는데 광고를 검색해서 보게 될 줄이야..."
최근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광고는 단연 KCC 창호의 3분짜리 광고.
배우 성동일이 모델로 등장해 3분 동안 약 10개의 명광고를 빠르게 패러디하고 있다. 업로드 한 달 만에 조회수 770만 회를 넘겼으니, 가히 대박 중 대박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라면, 의약품, 안마의자, 화장품 등 창과 전혀 관계 없는 광고들을 원작과 똑같이 촬영하여 높은 싱크로율은 선보임은 물론 그 안에 KCC 창호 제품의 특장점까지 충분히 담아내고 있으니, 반박 불가 웰메이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속 시원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따뜻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등 그나마 영상 초반의 개비스콘 광고나 보일러 광고 패러디는 KCC 창호와의 연계성이라도 있어 보인다.
"얼큰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짜지 않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빵 터지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콜롬비아 원두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
1분 46초 즈음부터는 '내가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지금부터야' 라는 말이 들린다 착각할 정도로 광고 기획자의 사심이 듬뿍 담긴 장면들이 연출된다. 대관절 얼큰한 거랑 콜롬비아랑 창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무맥락에 급발진으로 예닐곱 개의 광고를 패러디하여 쏟아내는데 그게 또 너무 재밌다는 게 이 광고의 입덕 포인트이다.
광고 속 광고 속 광고 속x100 광고 유니버스에 갇혀버린 성동일 배우는 결국 특유의 투덜거림으로 욕지거리를 쏟아내고 기세에 눌린 듯 현저히 줄어든 마지막 KCC 창호의 로고 크기가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낸다. 찐 욕을 적나라하게 담고도 비난은 커녕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패러디 광고는 광고 업계에서 꽤 자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획이다. 소비자에게 '예전에 봤던 것'이라는 익숙함으로 다가가며 인지도 측면에서 많은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그렇기에 패러디는 완벽히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도 어느 정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성공율을 자랑하는 패러디 광고,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패러디이고 어디부터 표절일까?"
웃기면 패러디, 진지하면 표절?
패러디는 사전 협의가 되었으며, 그 원작을 누구나 알고 있고 원작을 풍자하는 형식을 취하는 광고를 뜻하고, 표절 광고는 다른 창작표현물의 아이디어나 표현을 무단으로 도용한 광고를 말한다. 패러디와 표절은 그 형식에 있어 비슷하지만, 사전 협의 유무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저작권 법에 있어서도 보호를 받는 패러디와는 달리 표절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패러디 광고 처음 봐?"
광고 업계에서 인기 많은 기법인 만큼 패러디 광고는 이미 많이 제작되고 있다. 국내 광고 중에서는 KCC 창호 광고 외에도 네이버 시리즈 광고를 패러디한 청정원의 "야식이야" 광고가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이 광고는 네이버 시리즈 광고를 제작한 HS애드와 함께 만든 광고로써 원작 의상과 소품, 배경음악까지 적극 활용해서 만든 고퀄의 패러디 광고이다.
해외에서는 브라질의 Woohoo라는 채널에서 14시간 동안 끊지 않고 상영되어 세계에서 가장 긴 TV 광고 캠페인으로 2019년 광고상을 휩쓴 올드 스파이스 광고와 2018 슈퍼볼 광고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미국의 모든 광고들을 모조리 모아 패러디한 타이드 광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수많은 패러디 광고, 그 중 KCC 창호 광고가 대박난 이유는?"
그동안 광고시장에 쏟아진 패러디 광고는 수만가지, 그 중 KCC 창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실제 창을 구매할 만한 30-50대 연령층의 소비자 타겟과 밈(meme) 문화에 익숙한 10-20대 잠재적 소비자 타겟까지, 결국은 전 세대를 공략한 광고라는 점이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놔드려야 겠어요"
"가! 가란 말이야! 너 때문에 되는 게 하나도 없어!"
30-50대 타겟에게는 듣기만 해도 머릿속에 모든 장면이 떠올려지는 그 때 그 시절 광고를, 10-20대 타겟에게는 편안짤로 유명한 개비스콘 광고를 적절히 패러디하여 선보인다. 거기에 성동일 배우라는 모델을 기용하며 화룡점정을 찍은 셈. 모든 패러디 속에 완벽히 녹아든 일상 연기를 선보이며 욕까지 시원하게 내뱉는 모델, 근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웃기기만 하다. 탄탄한 광고 기획과 탁월한 모델 선정의 완벽한 합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작정 따라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다시 탄생될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패러디 광고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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